의약품 분류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약물의 오남용 방지가 중요하겠고, 비처방의약품은 슈퍼판매 및 자가 치료를 위한 안전한 약품으로 분류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안전한 분류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사용에 의한 안전도 및 부작용의 자료가 충분한 약제 중에서 일반의약품을 골라야 하고, 그 약들은 사용량이 조금 많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약으로 결정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피부과에서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및 국소제제(습진치료제, 항진균제 및 항생제)의 분류는 원칙에서 엄청나게 멀어진 것입니다. 피부과에서 사용되는 아래의 약제들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가 된 듯 한데, 이를 종류별로 나눈다면,

1.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

2. 국소 항생제:

3, 국소 항진균제:

4. 기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 potency의 topical steroid는 아직 분류중인 것 같은데.....

저도 우리 나라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약제들이 사용되는 것을 몰랐는데,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품의 오남용과 항생제(엄밀한 의미의 항균제 포함)의 내성을 줄인다는 의약분업의 목적으로 볼 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1. 아직도 얼굴에 그냥 바르면 피부위축 등의 문제가 생기는 연고제(강도가 강한)가 다수 있습니다. 피발산플루메타손, 할로메타손, 플루오시노나이드, 길초산디플루코토론, 카프론산플루오코르톨론, 디프로피온산베크로메타손, 베타메타손(디프로피온산 혹은 길초산염. 아직도 많은 제제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음), 덱사메타손, 부데소니드, 부티르산클로베타손(유모베이트), 프레드니카르베이트(더마톱), 푸루오코틴부칠에스테르(바스피트), 플루오코톨론트리메칠아세테이트(치타), 트리암시놀론아세토니드, 초산플루드로코르티손, 할시노니드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많은 약제들이 비처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것이 진정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자는 분류인지, 아니면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제제의 오남용을 하자는 분류안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위의 약제 중 비교적 약효가 약한 군에 속하는 바스피트나 더마톱, 유모베이트 같은 약제 역시도 약을 선전하는 회사에서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 연고를 열흘이상 계속 바르면 얼굴 피부의 모세혈관 확장 및 위축이 꼭 옵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이 약제들은 미국 FDA에서는 처방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런 약제보다도 훨씬 더 강하여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제조차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분류안과, FDA나 일본 등의 분류를 보면, 지금 시행하고자 하는 의약분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의심이 듭니다.

2. 국소 항생제도 전신 항생제로 많이 사용되는 경우는 항생제의 내성균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따라서 에리스로마이신, 인산클린다마이신, 푸시딘산, 푸시딘산나트륨, 황산겐타마이신 등은 국소 항생제로 부적절합니다. 차라리 네오마이신은 안전하지만.... 물론 뮤피로신이 빠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포도상 구균에 효과적인 몇 안되는 국소 항생제를 망치는 것은 더 위험하죠. 그러나 아직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에리스로마이신, 인산 클린다마이신, 푸시딘산, 푸시딘산나트륨, 황산겐타마이신, 황산 가나마이신, 테라마이신(테트라사이클린), 옥시테라마이신 등은 전신 항생제로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제입니다. 만약 이런 약제를 피부에 바르면서 오남용한다면 이들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가 같이 섞인 약의 경우는 내성균을 늘이는 가장 멍청한 방법인데, 우리 나라의 피부연고에는 이런 연고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인체의 면역작용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와 항생제를 같이 투여하면 세균이 그들의 적인 항생제에 대해서 이길 가능성이 많아지고, 그 만큼 내성균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만약 그 항생제가 겐타마이신이나 푸시딘과 같이 전신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약제라면 이들 연고제가 항생제의 내성균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재 시판되는 많은 연고들이 겐타마이신이나 네오마이신에 스테로이드를 섞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항생물질과 면역억제제를 같이 투여함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약이 남용되므로 인해 항생제의 내성이 반드시 증가합니다. 따라서 네오마이신이나 바시트라신 등의 약제는 비처방으로 하여도 좋지만, 이런 약제에 스테로이드가 섞인 경우는 처방의약품으로 만들어서 사용을 제한하여야 의약분업의 가장 큰 목적인 항생제 내성감소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고들은 정확한 진단을 못하고 대충 치료하는 임의 치료 제제로 현재 약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약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체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가장 꼼꼼히 보는 미국의 FDA에서는 위의 약제들을 처방의약품으로만 사용하도록 합니다.

3, 그러나 그 어떤 것들도 항진균제만큼 무분별하게 분류된 것은 없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항진균제가 triazole과 allylamine 계입니다. 그러나 triazole은 imidazole과 사촌입니다. 즉 일단 내성균이 나타나게 되면, 같이 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이유로 FDA 등은 imidazole 급 이상을 제외한 항진균제를 OTC로 사용하도록 합니다. 즉, 톨나프테이프나 할로프로진, 운데실린산 등의 약제를 비처방의약품으로 하고 있고, 그 이상은 처방을 받도록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바이포나졸, 질산미코나졸, 질산술코나졸, 질산에코나졸, 질산펜티코나졸, 케토코나졸, 클로트리마졸, 티오코나졸 등의 구형 및 최신 imidazole antifungal 외에도 항균 범위가 넓어서 효과적인 시클로피록스올아민과 최신 항진균제인 allylamine 계의 항진균제인 염산나프티핀까지 비처방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약제에 대한 내성균주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궁금하고, 특히 항균물질의 내성균을 예방하기 위해 실시한다는 의약분업에 이러한 항젠균제가 남용되도록 되어 있는 점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톨나프테이프나 할로프로진, 운데실린산 등의 약제를 제외한 항진균제는 처방의약품으로 지정하여 내성균의 발생을 억제하여야 합니다. 또한 스테로이드와 섞인 제제들의 사용도 일반항생제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제한하여야 내성균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신 항진균제로 면역억제 환자에서 발생하는 진균감염에 사용되는 주사제인 암포테리신-B도 국소 제제가 있고, 비처방으로 분류되어 있더군요(동아제약 훈기존 연고). 제 개인 생각으로는 이런 제제는 생산 자체를 막는 것이 좋다고 보여지는데......

4. 항바이러스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항바이러스 제제는 꼭 써야 할 사람이라면 편하게 사용하도록 두고 싶지만, 최근 미국에서도 바이러스들이 항바이러스 제제에 대한 내성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으며, acyclovir, vacalciclovir 등의 약제가 작용기전이나 구조가 비슷할 것이므로, 이러한 약제도 광범위한 오남용이 된다면 내성균을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이러스에 대해 무장해제를 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고, 그 ꁺ큼 연고제제라도 광범위하게 오남용이 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5. 기타 약제는 뭐라고 하기 힘들지만, 여드름 치료제인 벤조일 페록사이드는 부작용이 적은 2.5 % 까지는 비처방으로 하더라도 더 높은 농도는 오히려 나쁠 수도 있으므로 의사의 판단에 의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 생산을 않는 약제이지만, 안스라린의 경우 건선에만 선택적으로 사용되는 약제이므로 의사의 처방 없이 마구 사용하면 안됩니다. 타르 제제의 경우도 피부암 등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의사의 판단에 의해 꼭 필요한 환자만 투여하여야 한다고 봅니다만, 타르 제제의 샴푸들이 모두 비처방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도 시정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미치료제인 히드로퀴논 제제, 남성형 탈모증의 치료제인 미녹시딜 등도 정확한 대상에게 충분한 설명을 덧붙여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할 약제들입니다. 이들 역시 선진국에서는 처방의약품들입니다.

피부외용제는 현재 엄청나게 오남용이 되고 있는 약제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복지부의 연고제제 분류에 따르면 선진국 수준의 분류인 전문약 80%, 일반약20%가 아니라 오히려 80% 이상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모순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의약품의 오남용과 항균제 내성을 줄이기 위한 의약분업은 찬성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약품 분류대로 의약분업을 한다면 환자나 약사에 의한 의약품의 오남용이 더 일어납니다. 또 치료제가 무분별하게 판매될 수밖에 없는 엉터리 분류로 인해 생존을 위한 의사들의 치료약품 남용까지 합쳐질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의약분업은 본연의 목적은 전혀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엄청난 의약품의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 증가, 스테로이드 남용 증가 등의 부작용만 만들 것입니다. 복지부에서는 의약분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그리고 의협과의 합의 사항에서도 선진국 수준으로 약품을 분류하겠다고 하였지만, 지금의 분류는 아직 어떤 후진국보다도 더 미개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다른 약제도 심각하지만 특히 외용제의 전면 재분류가 없이는 의약분업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며, 이러한 엉터리 분류는 전면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부교수

김태흥

derkim@nongae.gsnu.ac.kr

http://nongae.gsnu.ac.kr/~de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