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의 가장 큰 문제는 원칙의 부재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의약품(비처방)의 수를 의사-약사의 협상으로 결정하는 문제는 원칙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 이전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장기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보복부와 의사협회는 제대로 대처를 못했습니다.

저는 그 시작이 일반의약품의 수퍼 판매(미국과 같은_많은 다른 나라도 동일)가 첫 번째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약사 집단이 비처방 의약품의 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지금과는 반대), 장기적으로도 돈을 그리고 돈에 따른 힘을 가진 제약업계와 시민단체가 비처방 의약품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 집단인 의사-약사가 방어하는 방식이어야지, 지금의 방식(의사 대 약사+제약업계+시민단체)은 지금 당장은 우리가 일반의약품을 30% 정도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비처방 의약품이 기형적 으로 많이 늘어나 있을 것입니다. 약사와 제약회사의 이윤동기가 일치하므로, 마치 개구리가 서서히 끓는 물에 죽어가듯....

그리고 약사를 그 방식으로 보내는 또 다른 이유는, 약에 대한 동기(약사의)를 제거하여, 영양제, 간장약, 건강식품 등 모든 약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또 일반인들이 꼭 필요한 간단한 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의약분업의 불편을 줄인다는 또 다른 명분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병원의 약국입니다. 저 역시도 대형병원만 약국을 둔다면 당연히 반대합니다. 그러나 외국의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의원-클리닉 등에서도 약국을 두고 있는데, 우리 나라만 법으로 금하는 기형적인 분업이 되었습니다. 이는 개원약사의 이익을 위해 제도가 변질된 것으로, 당연히 개원의나 종합 클리닉 등 어느 누구든 자신의 의원 내에 약국을 둘 수 있고(단 약사가 조제를 하여야 함!!!) 또 경우에 따라서는 약국과 동업하는 형태도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기존의 전산망을 위해 투자된 비용도 회수되며, 당연한 의사나 병의원 약사의 권리 침해도 없고, 기존 병원의 약사를 해고하는 말도 않되는 부작용도 예방하는 등 의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환자가 알아서 선택하는 구도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수지가 맞는 병원만 약국을 남기면서 의원-병원 내 약국의 기능은 줄어들 것입니다. 분업은 당연히 원칙대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번의 분업은 이 부분에 있어서도 원칙이 없었고, 그 원인은 약사회의 무대뽀식 억지와 병협의 이기심에 따른 것입니다.

세 번째의 문제는 현재의 의약분업은 의약품 오남용을 늘인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분류로는 의약품의 오남용은 두 군데서 일어납니다. 첫 째는 약국입니다. 지금의 일반의약품은 80% 이상의 진료가 가능하며, 50% 이상에서는 완전히 이 약품으로 만 진료할 수 있는 약입니다. 이 약을 약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또 이윤동기가 있다면(오남용이 되어 많이 팔아야 이윤이 커지므로) 당연히 오남용이 됩니다.

두 번째는 병의원에서의 전문의약품 남용입니다. 현재의 분류라면 처방전을 한번 받은 환자는 두 번 다시 병원에 올 이유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기다리고 고생하느니 그 시간 값만큼 약값을 더 내면(조제료도 진찰료도 없음) 편하게 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그런 이유로 인한 환자의 감소를 우려해 누구든지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을 최대한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겠다는 의약분업의 취지와는 완전히 반대로 가는 일이므로, 이런 의약분업은 않느니만 못한 것입니다.

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고 안전을 추구하는 의약분업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원칙을 무시하고, 오히려 약품의 오남용을 늘이는 의약분업은 안느니만 못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일단 시작해 보고 나중에 고치라고..... 그렇다면, 기둥부터 흔들거리는 부실시공을 한 아파트에 안전점검도 없이 입주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인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가장 중요한 기본은 지킨 후에나 일단 시작을 해야지, 이런 엉터리로는 시작을 않느니만 못합니다.

저는 따라서 안전을 추구하면서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는 바람직한 다음과 같은 제도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1. 비처방 의약품은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반드시 판매하게 하여 약사의 약품 독점을 예방합니다. 만약 그 것이 힘들다면 병의원에서도 그런 약품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공정성과 합리성의 문제입니다. 그 대신 의사-약사들의 위원회를 만들어서(해당 약마다 분야별로) 조금이라도 위험할 수 있는 약제는 처방의약품으로 만들되, 시민단체나 제약회사의 요구가 있으면 매년 다시 심의를 합니다. 그리고 외국의 예도 참고합니다.

2. 환자의 편의를 위해 병의원, 종합크리닉 등 어느 곳이든 약국을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약사가 그 약국에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그리고 수납을 할 때 환자 본인의 선택으로 그 병의원에서 약을 받을지, 처방전을 출력하여 가지고 갈지, 아니면 원하는 약국으로 출력을 시켜서 시간을 절약할지 결정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단! 종합병원만 약국을 두는 기형적인 변칙안은 모든 일을 더 망가뜨리는 가장 나쁜 의도입니다. 병원협회는 바람직한 의약분업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그런 불순한 의도를 절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그런 의도가 나온다면 병원만 제외한 의원급만 그런 제도로 가도 좋습니다.

3. 상품명-일반명에 대해서는 정부의 식약청이 약효의 관리를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여야 하며, 그 속에서 환자가 원하는 경우 상품명(일부 Original brand에 한함) 처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의약품의 품질이 완전해진 다음의 상품명 선택의 주체는 의사가 아닌 환자여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를 만들면서 다음의 보완을 하여야 합니다.

1. 의약분업 후에는 약사님들이 무분별하게 영양제, 빈혈약, 간장약 및 한약을 끼워팔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2. 의료보험 제도도 역동적으로 변하는 의학의 발전에 맞추어, SCI 혹은 MEDLINE 등재 문헌에 있는 다양한 좋은 치료법이나, 교과서 상의 치료법을 재빨리 인정해주는 탄력성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의약분업을 기회로 이런 약품의 사용을 막는다면, 의학은 필연적으로 후퇴하게 됩니다. 해당 의사가 처음 한번 확실한 자료를 올리면 검토를 하고, 그 이후에는 두 번 다시 그 제출하지 않아도 같은 치료를 반복할 수 있는 탄력적이면서 합리적인 의료보험제도 가 필요합니다.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도록 조정하면서도 이런 제도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않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3. 의약분업이란 안전장치를 가진 만큼의 비용 증가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하며, 제도적으로 억눌렸던 의료보험에서의 의료 수가도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또 지금까지 싼 약을 썼던 개원의들의 고가약 사용 증가 등 다른 부분에서의 비용 증가도 고려해야 합니다.

4. 진료에 관여하는 의사, 약사, 간호사, 기사, 영양사 등은 각각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습니다. 의약분업은 진료에 있어서 각 직능의 원래 직분에 충실한 의약분업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직분에 맞추어 볼 때 약사의 건강상담은 문제가 있으므로 없어져야 합니다.

5. 정부는 엄청난 문제점이 예상되는 의약분업을 시행함에 있어서, 우리 나라의 각계 각층 뿐만 아니라 세계 선진 각국의 다양한 의견과 사례를 수렴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하며, 막연히 해당 단체들의 합의만을 바라는 정책을 지양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열심히 뛰고 보다 열심히 알아보며, 보다 열심히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보건복지부 당국자들은 의약분업의 정책 수립에 있어서 무지와 무책임으로 일관하였음을 시인하고,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향 설정을 하여야 합니다.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부교수

김태흥

derkim@hitel.net

http://nongae.gsnu.ac.kr/~de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