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분업 및 완전분업에 관한 비교

경상의대 피부과 부교수 김태흥



메디게이트 MG News 게재 글



준비 않된 의약분업으로 모두가 고통받는 지금 일본식의 국민선택분업(표 1)에 대한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본인은 완전분업을 주장하다가 제도에 관해 공부하면서 선택분업으로 선회하게 되었으며, 이 글을 통해 본인의 의견과 인터넷에서 읽은 좋은 글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글에 앞서 선택분업과 완전분업에 관한 기본 개념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용어상의 정의를 보면 선택분업은 완전분업의 반대개념이 아니라 '강제분업'에 대응되는 말이다. 실제로 완전 분업에 의사의 직접 조제권만 추가하면 선택 분업이 되며, 의사가 조제권을 사용하지 않고 원외 처방만 내면 완전분업이 된다.

우리가 완전분업의 모델로 보는 미국도 의사의 조제권이 있지만 의사가 사용을 않는 것이다(표 2). 따라서 강제분업이냐 선택분업이냐의 논란은 의사에게 조제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며, 완전분업이냐 선택분업이냐는 논란은 의약분업이라는 제도를 하루 아침에 모든 국민, 의료기관, 약국에 강요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점진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 타당한지의 문제라고 본다. 그러므로 선택분업은 완전분업의 반대가 아니라, 의료사회학적인 모든 관행들을 고치면서 점진적으로 완전분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즉, 지금껏 우리가 '빨리빨리' 혹은 8282로 대표되는 급박한 변화를 추구했다면,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의료 제도에서만큼은 시간을 갖고 모든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면서 추진하자는 것이 선택분업이다.

과거 우리가 고통을 겪었던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유신헌법의 전례에서 보듯 검증받지 못한 한국식 제도는 많은 위험을 가진다. 따라서 어떤 제도를 처음 도입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도를 잘 정착시키고 있는 선진 외국의 예를 철저히 연구하여야 우리 나라의 여건에 가장 알맞은 제도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정부 기관에서 1997년 12월까지 약 40년 간 일관되게 연구하여 낸 연구 결론인 선택분업을 무시하고, 이를 완전히 뒤바꾸면서 짧은 시간 동안 사회주의 경향의 일부 학자들에 의한 엉터리 분업을 추진하다가 오늘의 파국에 맞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격변기에 사전 대비를 전혀 못한 의사회의 무능 역시 너무나 통탄스럽다. 이미 지난 일이라 늦었을지 모르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적기라는 옛말을 되새기며 선택분업의 모델인 일본과 서구 사회의 안정된 완전분업 모델인 미국의 예를 보면서 우리가 나가야 할 바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일본식 선택분업(임의분업)은 (표 1) 약사의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를 완전하게 금지시키고, 의사/의원의 조제가 가능하도록 하였지만, 의사의 직접 조제보다 원외처방전 발행이 더 높은 수익을 얻도록 수가를 조정하여 분업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약사들이 절대! 임의조제를 않는다는 것이고, 제도 시행 초기 분업율이 낮아 경제적 타격을 받을 약국을 위해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만 팔도록 하였고 조제료를 높게 책정하였으나, 최근 분업율이 올라가면서 2-3년 내에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일본인들이 오랜 기간을 소요한 것 때문에 일본의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제도가 완성된 최근의 속도를 보면 분업의 가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단 것을 알 수 있다. 1973년의 2%에서 1993년의 약 13%, 최근에는 70% 이상의 분업율을 보이며, 이로 보아 그들은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썼지만 그 제도를 정착시키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선택분업 제도는 일본의 의료보험을 베낀 우리 나라의 의료보험 및 수가제도, 일본의 의약분업안을 베낀 우리 나라의 의약분업 관련 법안, 일본식 사고를 하는 정치인들, 섬사람인 일본인보다 더 성격이 급한 한국인의 기질, 일본의 문전약국-제2약국(대형병원 내 임대약국)-단골약국과 같은 우리 나라의 약국 구조 및 동네 단골 약국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노력 (표 2의 면분업과 동일한 정책) 등을 감안할 때, 우리 나라에 가장 적합하다. 이 제도는 일반 국민들이나 의사, 약사, 정치인들 모두 정서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면서도 올바른 의약분업의 목적인 안전 추구, 의약품 오남용 및 항생제 내성을 줄이는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일부 약사들은 약국이 심한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의약품 오남용의 주된 원인이 약사들의 엉터리 무자격 진료에 있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고, 우리 나라에 도입된 비싼 조제료의 모델이 임의분업 하에서 원외처방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약사들의 수입을 보전해주기 위해 만든 일본식 수가이므로 다른 나라에는 전례가 없고, 또 그 조제료도 의사의 처방료보다 더 비싸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약국들이 일반약, 한약 및 잡화 판매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일본식 제도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적은 재원으로도 제도를 추진할 수 있고, 현재 철저하게 무시된 소비자로써의 환자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 그리고 올바른 의약품 분류, 제도 및 관행 개혁, 복합제 생산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서서히 해결하고, 국내 영세 제약회사의 단계적 구조조정을 유도하여 국내 자본을 건강하게 할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으므로,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주기 싫어하는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정서에도 맞다는 점 등이 있다. 유치원생에게 어른들이 드는 역기를 들어올리라고 무리하게 요구하기 보다 (완전분업), 꾸준히 운동을 시키면서 애가 크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만약 선택분업을 한다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우리 내부의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여 보다 떳떳하게 의료 제도의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 선택분업을 개혁의 퇴보라고 보는 일부 극단적 진취주의자들도 있지만, 오히려 선택분업을 해야 우리가 진정한 의료개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의사주도의 변혁은 개혁의 패배라고 생각하는 일부 인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제도의 개악(改惡)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미국식 의약분업제도는 주마다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완전의약분업에 가깝다 (표2-미국의 의약분업제도). 그들은 개인의원 및 종합병원, 클리닉에 약국을 두거나 아니면 원외처방을 하는 직능분업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인 환자가 필요에 의해 약국을 선택한다. 우리 나라도 최근 대형마켓이 증가하면서 대형약국이 같이 생길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으므로, 만약 OTC의 슈퍼판매가 이루어진다면 미국식 분업도 고려할 만 하다.

이 제도의 장점은 보다 완벽한 제도이면서 환자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의약품 유통, 의료전달체계, 현실화된 진료비, 완벽한 의약품 분류, 약사의 임의 및 대체조제에 대한 완벽한 대비책이 필요하며, 미국과 우리 나라의 근본적인 차이가 워낙 크므로, 우리 나라 제도의 근간을 대부분 다 바꾸지 않는 한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이 제도는 하나의 목표로는 바람직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고, '너무 많이 바란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임의분업에 비해 재정이 훨씬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의료 재정이 엄청 부족하지만 의료부분에 투자하고 싶지 않은 현 정부와 임의조제를 바라는 약사의 공통된 필요에 의해 의약품 분류가 또다시 왜곡되고 약사의 임의조제가 교묘하게 허용되는 악순환을 밟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식으로의 접근은 추후 의료개혁위의 장기적 개혁과제로 돌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완전분업을 하려면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어설픈 완전분업은 임의조제의 위험만 더 늘릴 뿐이다. 임의조제, 약품의 유통, 약효 동등성 확보, 약사 및 카운터 직원들의 자질 등 제반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제도로 간다는 것은 유치원생에게 어른들이 쓰는 역기를 들어올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애가 크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다리는 것(의료제도의 여건이 성숙되도록 우리도 노력하고, 또 위의 열악한 환경들을 정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닐까?

대만식 분업은 미국식과 비슷하지만, 병의원에서 직접 약사를 고용하거나 협업 혹은 동업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여서 우리 나라의 여건에 더 잘 맞는다. 대만식의 분업은 현재 정부가 '담합'이라며 처벌하려고 하는 부분을 의-약사의 협력관계로 바꾸어 본다면 상당부분의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 특히 약품의 안전한 투약과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바라는 의사들에겐 상당히 매력있는 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약계가 추진하는 모델이 분명 일본식의 면분업(표 1)이고, 모든 정책의 근간이 일본식이므로 대만식 모델과는 상충되는 면이 있다. 또, 사정(?)을 좋아하고 의사들을 도둑으로 보는 정부와 국민들이 담합을 협력으로 인정할는지는 미지수이고, 설사 대만식으로 바꾸고자 하더라도 월 300만원이 넘는 높은 약사들의 임금도 부담스럽고, 또 상당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중복 투약과 관련된 부분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본식의 모델은 표 1과 같이 장기적으로 병의원과 단골약국으로 연결되는 면분업을 지향하고 있으며, 한국의 많은 약사들도 그런 제도의 정착을 바라고 있다. 이 경우 약사가 스스로의 역할을 일본 약사들처럼 잘 한다면, 여러 병원, 여러 과에서 진찰받은 환자의 투약을 한 약사가 맡으므로, 중복된 투약이 있는 경우 의사에게 문의하여 중복 투약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우리 나라 약사들이 이런 일을 할는지는 의문이지만, 이런 일을 하도록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 약사의 월권을 걱정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추진할 제도는 아니라고 보지만, 임의조제가 사라진 후에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제도가 될 수 있으며, 특히 가정의나 일차 진료의사를 서서히 늘이고 있는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 적합하다고 본다. 반면 미국식 제도는 중복 투약 가능성이 있는 경우 가정의학 중심의 주치의가 주된 역할을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전격적인 주치의 제도 도입을 바라는 인의협 및 이와 연관된 일부 정치권 가정의학과 선생님들이 필사적으로 선택분업을 막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이런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여기서 우리가 장기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문제들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첫 째는 우리 스스로의 윤리적 개혁이다. 우리가 나서서 약품 값의 거품을 제거하여 리베이트 등의 불건전한 문화를 청산하고, 친절하고 알찬 진료를 하는 식으로 우리 스스로가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국민들에 의해 버려지고 말 것이다. 둘 째, 약국의 구조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약을 많이 팔아야 생존하는 제도, 인건비가 싼 카운터나 일반 직원이 조제하는 행위, 판매기록부나 조제기록부가 없는 투약행위, 약품의 불공정한 유통에 의한 탈세 및 이윤 추구, 약과 병을 전혀 모르면서도 한약까지 포함한 모든 약을 마구 팔아대는 행태 등 우리 나라의 약국은 바꾸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세 째, 의사-약사의 명확한 직능 구분이 필요하다. 약사는 의사, 약사, 간호사, 병리 및 방사선 기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 다양한 직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진료에서 약을 담당하며, 의사는 그 축의 중심에 있다. 의사는 이러한 모든 직종 위에 군림하여서도 않되지만 중심 축의 역할을 방기해서도 않된다. 만약 지금의 정부와 같이 의사-약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본다면, 앞으로 의사-간호사, 의사-물리치료사, 의사-병리기사, 의사-안경사 등 모든 논란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잃어 버릴 것이다. 단, 약사는 합리적인 일본 모델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한약, 동물약에 대한 분업의 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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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FAQ

1. 선택분업으로 임의조제가 늘어날 수 있다??

==> 선택분업이 약국의 수익구조 악화를 가져올 것이고, 종국에는 살기 위해 임의조제가 자행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시는 회원들이 있다 (특히 인의협 회원님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는 것은 지금의 이 제도에서도 그들은 결국 임의조제를 하고 있고, 또 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주장하여야 할 것은, 약사들이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제도를 추진하느냐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약사들은 지금껏 너무 남의 영역까지 침범하여 왔다. 우리는 우리의 영역을 침범한 약사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걱정하지 말고, 우리의 빼앗긴 영역을 되찾는 일에 더 주력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바람직한 제도, 즉, 일반약의 슈퍼판매와 의사-약사의 제대로 된 직능 구분을 주장하여야 한다.

2. 선택분업의 혜택은 대형병원으로 돌아가고, 현재도 불안전한 의료전달 체제의 왜곡현상이 올 수 있다??

==> 의료전달체계가 문제라면 의료전달 체계를 바로잡는 일을 하여야 하며, 그 것은 의약분업과는 무관한 별개의 문제이다. 오늘날의 사태를 일으킨 정책 추진파 선생님들은 간단한 몇 가지 수로 우리 나라의 의료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려 하였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리고 처방되는 약품을 가장 잘 알면서 따라가는 문전약국을 둔 대형병원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 역시 거대자본에 적대감을 가진 인의협의 시각인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볼 때 대형병원은 오히려 직원 약값 감면 등에 묶여 더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3. 정부는 선택분업을 핑계로, 의료체계의 개혁과 수가현실화, 의권 회복 등의 문제를 호도하거나 연기, 지체 내지는 폐기할 수 있다??

==> 지금 이 정부가 제대로 된 의료체계 개혁, 수가현실화, 의권 회복을 해줄 정부라고 믿는다면 그럴 것이지만, 어느 누가 보아도 그렇지 않다. 선택분업은 장기적으로 올바른 의약분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제도보다 의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제도가 올바른 의약분업이며, 제대로 된 제도를 추구하기 위해 선택분업을 하자는 것임. 우리는 이 의권을 바탕으로 의료체계의 개혁과 수가현실화, 의권 회복 등의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투쟁을 할 수 있다. 참고로 정부의 시각과 지금의 제도는 비정상적인 약권만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