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현 의료사태에 대한 의대교수로써의 제 의견입니다. 관련자료:없음 [82669]

보낸이:김태흥 (derkim ) 2000-06-18 22:29 조회:368 추천:43

현 의료사태를 보는 한 국립의대 교수의 의견

본인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피부과 전문의 및 의학박사를 거친 후 경남 진주에 있는 국립의대인 경상의대에 10년째 재직중인 교수이다. 최근 잘못된 의약분업에 대한 항의로 전국의 병의원이 집단 폐업을 하고 교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배경에 대해 정부와 언론이 근본 원인을 왜곡하려는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어 임상의사로써의 역할을 포기하고자 하는 본인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의약분업이 진정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의약품 오남용이 진정 어디서 가장 심한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약품의 오용이란 잘못된 진단을 가지고 약품을 사용하는 것을 말하며, 남용이란 불필요한 약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본인의 전문가적인 지식으로는 임상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약사가 진단하고 투약하는 것이 분명한 의약품의 오용이고, 불필요하게 많은 약을 끼워 팔거나 아니면 혼합 조제하려는 약국의 관행이 의약품 남용의 근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약분업안은 의약품 오남용의 주원인이 의사에게 있고, 의사-약사가 의료에서 비슷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잘못된 가정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이런 배경 위에서 정부는 의약품의 분류를 원칙이 아닌 협상이란 형식의 흥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의과대학의 약리학 교수나 각 임상 과목 교수와, 아무런 의학 지식도 없이 항암제까지 버젓이 판매하던 동네 약국의 약사가 약품에 대해 흥정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원칙이 무시된 흥정에 대해 의사들이 경고와 거부를 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의사들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의약품 분류를 실시하였다. 현재의 약품 분류를 보면,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다는 일반의약품에 부작용이나 오남용의 우려가 큰 수많은 의약품들이 전세계에 유래 없는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고, 또 이들을 약사들이 마음대로 판매하게 함으로써 의약품 오남용의 근원이 되도록 하였으며, 환자 감소를 두려워하는 의사들이 전문의약품에 속하는 보다 강한 약제를 처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의사 및 약사 양쪽에서 의약품 오남용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이면에는,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도 돈을 들이지 않으려는 정부의 나쁜 의도도 작용하여 피부연고제 등을 비롯한 다수의 품목들을 안전과 부작용이란 기본 원칙이 아닌 어느 누구도 들은 바 없는 "보건경제학적"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의약품 분류에 적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잘못된 관점은 전국의 60%를 상회하는 의약분업 예외 지역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아무리 예외 지역의 약사라 하더라도, 약사가 임의로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 등 대부분의 전문의약품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면 그 것은 의약분업이 아니다. 의약분업이 이루어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이를 금하고 있고, 일부 허용하는 지역도 아주 제한된 일부의 전문의약품을 오지-벽지의 약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 약사가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등 대부분의 전문의약품을 직접 판매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 현 정부의 예외 지역에 대한 이런 정책 하나만 보아도 의약분업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의 관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예외 지역의 의사는 직접 조제를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도 의사의 조제를 금하는 나라는 없다. 단지 의사들이 직접 조제를 않을 뿐이지..... 이 경우 예외 지역의 의사는 가능하면 본인이 직접 조제하든지 아니면 의사의 직접적 책임 하에 다른 의료직 종사자가 조제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지금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및 개원의 등 모든 의사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관점에 대한 의사의 자존심 상실이 더 크다. 의료보험이란 이상한 제도를 악용하여 의사의 양심으로 진료한 가장 좋은 치료를 과잉진료라는 누명을 씌워 원가 수준의 진료비도 지급하지 않는 현실에서, 막상 환자가 사망하면 최신치료를 않은 것에 대해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는 것을 보고 우리 나라의 모든 의사들은 정말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지 막막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회 모두 의사라는 집단에게 요구한 것 말고 준 것이 무엇이었던지 가슴에 한 번 손을 얹고 양심 껏 생각해 보기 바란다. 또한 정부의 보건 정책 결정에 있어서 다수 의사들의 전문가적인 견해를 무시하고 지금껏 진행되어온 모든 정책도 문제가 많다. 과거 수시로 있었던 의대 신증설의 경우도 보건의료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의사들의 전문가적인 견해는 무시되고, 정치 논리와 검은 돈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수많은 부실 의과대학의 교육문제와 이들로 인한 모든 제반문제는 모두 의사집단이 떠맡아야 하는 그러한 수많은 불합리를 우리들은 지금껏 참아 왔다.

바로 두달 전 정부가 약속한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분류 역시, 전문약과 일반약의 비율이 전체 약품의 종류로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국에서 판매된 일반의약품이 18%라는 이상한 논리로 주장하는데, 복지부가 사용한 바로 그 자료로 복지부와 같은 주장을 한다면 의원의 전문의약품이 7%라는 주장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엉터리 궤변성 주장을 하는 정부 당국에 대해 의사들은 한번도 엉터리 주장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성실한 정책과 전문성의 인정이었지만, 정부당국의 일관된 생각은 무성의와 전문성 무시였다. 그 따위 돈 몇푼이 문제라면 우리 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인 서울의대를 포함한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서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란 단순한 추측도 하지 않고 모두 집단 이기주의로 모는 것을 언론을 보면서, 진정 여론을 책임져야 할 언론과 정부, 그리고 의료 정책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가 왜 존재하는지, 또 그들이 의사란 직업을 어떻게 보는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고, 의사란 직업 그 자체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정부나 언론이 애용하는 저질 정치지망생들이자, 이렇게 잘못된 제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및 그 소속의사들(김용익, 양길승, 김종구, 김유호 등)의 주장을 양심적인 의사의 주장으로 왜곡하면서 모든 의사들을 매도하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우리 나라에는 영원히 올바른 의료제도가 자리잡을 수 없을 것이며, 진정 환자를 사랑하는 올바른 의사들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경상의대 피부과 부교수

김태흥

derkim@nongae.gsnu.ac.kr

http://nongae.gsnu.ac.kr/~de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