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약분업에 대한 의견

1. 의약분업, 무엇이 문제인가?

진료와 투약을 분리하는 의약분업의 목적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안전입니다. 먼저 '오남용 방지'란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껏 약사들이 마음대로 약을 팔아서 가벼운 병이 중병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았습니다. 소화가 안된다고 약국에서 소화제만 사먹다가 수술시기를 놓친 말기 위암 환자, 아무 안약이나 넣다가 실명을 한 환자, 감기라고 치료한 것이 폐암이나 폐렴이었던 환자, 피부약 먹다가 죽는 환자 등 전국 곳곳에서 엄청난 환자들이 폐인이 되고, 또 죽어가고 있습니다. 의약분업은 이런 환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안전'이란 약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란 개념에서 보시면 됩니다. 의사는 약을 처방할 때 환자에게 약의 복용법, 부작용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여야 합니다. 그런 다음 약사가 약을 조제할 때 처방전을 한번 확인하고, 환자가 알고 있는 복용법을 이중으로 체크하여 약이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행 두달을 지나가는 현 정부의 의약분업은 많은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약분업이 얼마나 엉성하게 시작되었냐는 약국에 약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처방전을 받아든 할머니, 애기 엄마들이 약을 타기 위해 서너 군데의 약국을 돌아다니고 몇 시간을 기다려야 약을 겨우 받을 수 있습니다. 의약분업이 제대로 되면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정부의 말대로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살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요? (정부에서는 의사들이 리스트를 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국 모든 병의원의 의료보험 약품 청구 리스트가 이미 올 초에 모든 약국으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의사가 처방한 약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약사가 약을 바꿔 짓거나 위험한 약을 아무렇게나 지어서 생명을 잃을 뻔한 환자가 많습니다. 특히 아가들 약은 대부분 가루로 나가므로 약이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사고는 정부가 발표하는 것보다 실제 훨씬 더 많습니다. 이것은 의사가 처방한 약에 대한 약사의 조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약이 없어 약사가 다른 약으로 마음대로 변경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귀약을 눈에 넣어 실명 위기에 처한 환자나 바르는 피부약을 먹여서 중독증에 걸린 환자 등 엄청난 부작용들이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소아과 아이들은 어른과는 달리 약에 민감하므로 한번에 먹는 약의 용량을 반 알, 1/3알 혹은 1/8알 등을 처방하는데, 의사가 1/3알을 처방하였더니 약국에서 조제하기 힘들다고 한 알을 내든지 반 알을 처방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만큼 주면 아이들에겐 아주 위험합니다. 또, 한 번에 먹는 양이 1/3 알인 경우 컴퓨터가 계산하여 0.33알로 처방전에 찍히는데, 무지한 약사는 의사가 의도적으로 약사를 골탕먹이기 위해서 이렇게 처방했다고 주장하고 바보같은 언론은 이것을 텔레비젼으로 전국에 방송하는 한심한 현실을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1/3은 0.333, 1/6은 0.167, 1/8은 0.125로 계산하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압니다. 그리고 신생아의 용량은 1/10 - 1/12 알에서 시작하여 나이에 따라 조금씩 증가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보면, 심장판막 수술 후에 피가 엉기지 않도록 사용하는 혈전 용해제 반 알을 처방한 것을 한 알로 잘못 조제하여 환자가 피를 토하게 된 것을 보고, 약사는 병원마다 약 용량이 다르면 어떻게 하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혈전 용해제는 환자마다 다른 양을 투여해야 하며, 약간만 양이 틀리면 피를 토하고 죽는 아주 위험한 약입니다. 그러므로 각각의 환자에게 적절한 약의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수없이 검사하여 가장 알맞은 투여량을 결정하는데, 이렇게 결정한 약 용량을 무지한 일부 약사의 편의를 위해 바꾸어야 합니까?

이런 상태에서 의약분업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더구나 현재의 약사법으로는 약사가 환자에게 약을 바꿔 주었을 때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기록하지 않아도 됩니다. 약 바꿔치기로 인한 사고가 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어떤 약이 들어갔는지를 알아야하는데 의사들이 기록하는 병록지(챠트)와 같은 약사들의 '조제기록부'가 없다면, 누가 어떻게 약화사고를 일으켰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 상태에서 사고가 나서 환자가 사망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지금도 법원의 의료사고 재판에서 의사의 과실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의사의 잘못으로 판결을 하고 있는데, 증거도 없는 약사의 과실까지 의사가 모두 책임을 지라는 것은 곤란하지 않습니까? 의사의 과실이 입증되지 않은 모든 약화사고에의 책임을 정부가 질 수 없다면 약사는 분명히 그 근거를 남겨야 합니다.

그 다음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동시 투약하는 위험입니다. 과거 약사들이 동물약, 한약까지 다 취급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셨던 교수님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이미 대부분의 약사들은 한약장을 갖추고 각종 한약을 마음껏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과학적으로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들을 병원 처방약과 동시에 먹도록 하여서 사고가 발생하여도, 그 것이 한약 때문이라고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가격이 싼 동물약을 슬쩍 섞어서 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행법상 어떤 경우든 직접적인 손해를 보는 환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지만, 법적인 소송이 걸릴 경우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의사도 너무 억울한 피해자입니다.

2. 의료계의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가?

전직 교육부 장관인 이해찬씨는 교육에 이어서 의료도 황폐화시킬 작정을 하고 여당의 정책위원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병원의 리베이트를 거론하면서 의료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학교 선생님들의 촌지(돈봉투)를 거론하면서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던 엉터리 교육개혁과 너무 흡사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투쟁을 하고 있는 전공의들이나 의대생들은 그가 주장하는 리베이트와는 무관합니다.

병의원의 리베이트 관행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사라진 과거의 악습입니다. 저희 의대 교수들도 과거의 이러한 관행을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만, 우리 모두 그 리베이트의 고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약품 리베이트의 원인은 약품의 가격을 너무 비싸게 책정함으로 생긴 약품가격의 거품이 원인이며, 이를 제거하면 사라집니다. 그리고 약품의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한 당사자는 복지부 관료입니다. 약을 싸게 구입하려고 노력하던 의사나 약사가 아닌.... 약품 가격의 거품은 시장기능을 무시하고 책상에서 모든 가격을 결정하려는 복지부의 잘못에서 시작됩니다. 약품 가격의 거품을 걷어낼수록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정부는 거품을 유지시켜 오히려 제약회사에 엄청난 이득을 주려고 현재의 방식을 무리하게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거품은 의사를 위한 것일까요? 아니면 관료와 정치권을 위한 것일까요?

그 다음이 의료보험 수가입니다. 실제 경상대학병원도 진료 수입만으로 운영할 경우 엄청난 적자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의료보험제도의 속을 보면 이 제도는 그야말로 싸구려 의료에 의한 진료비 할인제도입니다. 지금의 의료보험은 진료비 1-2만원 이하의 간단한 경우에는 좋지만, 큰 병에 걸려 수술이나 특수 치료, 특수 검사를 할 때는 환자가 내는 돈이 치료비의 50%를 훨씬 넘어, 정말 필요할 때는 거의 도움이 안됩니다 (경상대학병원도 밥값, 상급 병실료 차액, 매점 및 영안실 수입 등으로 적자를 메꾸고 있습니다)

또, 의사들이 최신 치료법으로 환자를 치료하면 의료보험 공단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한다고 진료비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해 줄 수 없는 일종의 '하향 평준화(의료질의 저하)'를 현 의료보험은 강요합니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약을 투여하면, 비싼 약을 쓴다고 약값을 주지 않습니다 (이 경우 병원은 과잉치료라는 누명을 쓰고 치료비와 약값을 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료보험에 삭감된다는 이유로 최신 치료를 않아서 환자가 생명을 잃는 경우 의사가 책임지라는 법원의 판례도 최근에 있어 의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왜 잘못된 정책으로 의사가 피해를 보아야 합니까?

의료보험 공단의 운영도 엄청나게 방만합니다. 과거 공무원 의료보험조합의 적립금이 수조원 이상 엄청나게 많을 때 의료보험공단은 의료보험의 모델 연구를 위해 병원을 만들겠다고 우기면서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병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떻습니까? 의보공단의 일산병원은 엄청나게 방만한 경영으로 지금까지 들어간 3천여억원 외에 매년 몇백억씩의 적자가 생기며, 그 돈은 보험가입자인 우리들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근거이던 적립금은 벌써 다 사라지고, 의료보험료도 엄청나게 인상되었습니다.

지역 의료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시군구마다 의보조합의 조합장 및 관용차와 기사, 비서 등 불필요한 유지비가 보험 재정의 40%를 상회하는 수준에서는 조합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외국은 대부분의 보험 조합들 유지비가 2% 미만인 점을 비교하면 그들의 운영이 얼마나 방만한지 아실 것입니다. 그나마 지역의료보험조합은 지난 7월 공무원 및 직장 의료보험조합과 통합하여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지역보험의 재정이 매년 약 1조원 가량 적자를 내어 앞으로 3 년 이내에 파탄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약속한 지역보험 지원을 제대로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처음 실시 할 때 재정의 50%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올해엔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만 지원하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무원 및 교원, 샐러리맨들과 의사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가 강행하는 의약분업을 보면 정부가 돈들이지 않고 국민들에게 욕을 덜 먹으면서 재정적 부담에 대한 짐을 벗기 위해 의약분업을 강행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지금같이 환자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의사의 처방전을 공개하고, 약사가 마음대로 약을 팔 수 있도록 한 제도의 배경에는, 환자들이 병원 오는 것이 귀찮아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먹든, 의사의 처방전대로 사먹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않고 자기 돈으로 약을 사먹게 되므로 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으리라는 정부의 또 다른 속셈이 숨어 있습니다. 실제 많은 위험한 약들을 약사가 마음대로 팔도록 엉터리 의약품 분류를 한 시민단체 대표가 하는 말이 "제대로 하자면 돈이 너무 드니까, 엔간하면 그냥 사먹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의사들은 너무 엉터리로 일관되는 의약품의 분류에 불참하였습니다!!!). 또, 시민단체는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정부로부터 홍보비란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지원을 받았고, 그 시민단체의 대표 중 한명인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양봉민 교수는 의약분업과 관련된 약사의 경제적 이익에 관해 약사회에서 준 8500만원짜리 연구를 시행한 분입니다.

이렇게 무리한 정책 속에서 정부가 의도하는 것은 재정안정이 주된 목적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는 이미 철저히 소득이 노출된 직장인 및 공무원들의 의료보험 조합과 소득 파악이 전혀 안되고 방만한 운영으로 고사 직전에 있는 지역 의료보험 조합을 무리하게 통합한 것과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무리하게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파악하면서 표를 잃기 보다 소득이 확실한 봉급생활자들의 희생으로 이 제도를 유지하자는 것이 정부의 첫 번째 의도이고, 국민들의 병의원 이용을 교묘하게 억제하여 보험료 지출을 줄이자는 의약분업이 그 두 번째 의도입니다.

무리한 정부의 정책 강행에는 그 외의 또 다른 의문도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에서 가장 먼저 고사당하는 것은 국내 제약업체들입니다. 다국적 기업의 승리와 이에 따른 독점은 국내 시장의 잠식을 가지고 오게 되고, 국내 의료가 황폐화되면 외국 의료기업이 사보험 제도 등을 등에 업고 진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구미 각국의 눈치를 민감하게 보는 현 정부 핵심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리라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그 다음이 국내 제약자본들인데, 그들도 약품 가격에 아직도 거품이 충분히 있어서 이를 통한 막대한 부의 축적이 가능하며, 이 중 상당한 금액은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여권에 전달될 가능성이 큽니다.

3. 개정된 약사법의 문제점

의사들은 의약분업에 앞서서 약품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였지만(의사가 조제권을 가진 나라는 지금도 많습니다), 약사들은 진료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약사가 진료권을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지난 6월말의 병의원 폐업 때 약사의 진료가 가능한 약사법의 문제가 주된 관심이었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고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약사법은 더 엉터리로 바뀌었습니다.

'임의조제'란 약사가 환자의 증세를 듣고 약을 자신의 판단대로 주는 것을 말합니다. '대체조제'란 의사의 처방대로 조제가 불가능한 경우(약이 없다거나 할 때) 약사가 약효가 같다고 인정되는 약을 바꾸는 것입니다. 여기서 의사들의 주장은 '임의조제'는 진료 행위에 해당하므로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진료는 아주 복합적인 전문행위인데, 아무런 지식이 없는 약사가 진료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외국의 자료를 보더라도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은 슈퍼에서 팔면서 환자 본인이 판단하여 약을 사먹는 것이 약사의 임의조제보다 더 안전합니다.

대체 조제: 미국은 미국식품 안전국(FDA)에서 동물실험이나 심지어는 인체 실험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사하여 약효가 같다고 판정된 약물들을 정하고, 대체 조제는 그 품목에 한해서만 일부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약효동등성 시험은 하지도 않을 뿐더러(품목당 수 천만원내지 수 억원 소요) 단지 제약회사들이 스스로 제출한 화학적 성분 비교표를 기준으로 판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일로 같은 성분이라 하더라도 원료의 순도, 장기저장을 할 때 변성정도, 몸에서의 흡수율, 약의 맛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약들이 오리지날이 아닌 복사품목(특허 유효기간이 지나 화합물 복사가 가능한 약들)으로 이들의 효과는 제대로 입증된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복사약들이 약에 따라 원래약의 30-90% 정도의 효과를 보이며, 이는 같은 성분의 약을 사용하더라도 약이 다르면 약효가 들쭉날쭉 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처방약 600 품목의 문제: 개정 약사법은 의사들에게 "정해진 600가지 약의 한도"에서만 약을 쓸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600가지 이외의 약은 약사가 바꿔치기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600가지의 약은 전체 약의 약 2%에 불과 합니다. 경상대학병원 한 곳에서 사용하는 약만 1500가지가 넘는데 이것으로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600 개의 약을 정할 때, 의사 약사는 그 지역의 의사나 약사가 아닌 새마을 회장, 부녀회장, 갈비집 사장님 등 소위 지역 유지들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위원회에서 다수결로 정하라고 합니다. 지역 유지들이 의료에 대해 전문가인가요? 환자들이 먹는 약을 결정할 때 의료 비전문가들이 참여한다는 것이 이해되십니까?

정부는 의약분업 문제들에 대해 항상 의사들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고 하나(이 '거의'라는 표현을 주목하십시오) 선진제도를 도입하면서 왜 법규는 이다지도 애매하게 만들어 놓았을까요? 과거 우리는 유신 정권 때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이상한 용어의 최면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의사들은 이미 구미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제대로 된 의약분업제도를 원합니다. 세계에도 유래가 없는 엉터리 한국식으로 변형시키지 말고, 선진 외국에서와 같이 원칙에 입각하여 하자고 주장합니다.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우리 나라에서 국민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법마저 애매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과대학생들은 제대로 된 의약분업을 바랄 뿐 어떤 나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의 언론이나 방송은 보도 내용이 다 똑같습니다. 기자들이 취재를 포기하고 누가 써 주지 않는다면 이렇게 똑 같은 순서에 똑같은 논조의 언론 태도가 가능할까요? 우리가 '광주의거' 때 광주시민들을 공산 폭도로 오해하였던 일을 기억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의사들은 현재 국민을 대상으로 약품 실험을 하는 것과 같은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은 잘못된 제도이므로, 이를 원칙에 입각해 재검토하여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정부, 언론, 시민단체는 이러한 불합리한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고치라고 요구하고있는 의사들을 단순히 밥그릇 싸움만 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정부가 제안하는 파격적인 처우개선(2조 2천억원)을 흔쾌히 받아들였겠지요. 아니면 더 많은 돈을 요구하든지....

그러나, 우리는 의사로서 양심적이고 소신 있는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의 개선을 요구하였지,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의사는 진료, 약사는 조제라는 대원칙이 지켜지길 바랍니다. 이렇게 해야만 100년 후에도 국민의 건강을 위한 의료환경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또, 잘못된 정부의 결정에 항거한 책임자들을 구속하는 것 역시 잘못의 시작이 정부이므로 정부가 이에 대해 사과하고 마무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리한 요구입니까? 정부나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절대 사과할 수 없는 국가가 민주국가입니까?

4.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

의약분업의 기초: 의약분업은 선진화된 제도이며 모든 인프라가 건전하여야 합니다. 즉, 의약품 유통, 의약품 품질관리, 의사 및 약사의 수준 등 모든 부분이 건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국민연금의 기본인 것과 같은 논리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초를 충실히 하기 위해 약국에서의 무분별한 전문의약품 판매를 금지시키고, 약품 유통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모든 약품에 바코드를 찍어야 하며,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은 슈퍼에서 판매하고, 의약품 품질관리 및 약품 가격에서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계의 충고를 받아들이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약품 가격 및 상품명 문제: 거대 외국 제약자본에 우리 나라의 토종자본이 살아남으려면 값이 싼 복제품도 설 자리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약품 가격의 거품을 걷으면 가능합니다. 만약 오리지날 제품이 10,000원이고 복제품이 1000원 이하라면 의사도 환자도 이 약을 선호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싸고 좋은 약이 있다면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런 수준에서의 건전한 경쟁은 보다 싼 가격으로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약품 상품명의 선택권은 의사와 환자가 이중으로 가져야 합니다. 정부에서 모든 약의 약효가 100±10% 내에 들어오도록 품질관리를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의사들이 상품명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자신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정 상품명을 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아용 시럽이 맛이 써서 안 먹는다거나, 피부연고제가 번질거려 보기 싫은 경우 등 여러 요인을 의사들은 고려합니다. 또 환자도 상품명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좋은 약 내지 싼 약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나라라면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약을 준비할 때 모든 약을 다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지역별로 한 성분에 대해 3-5 가지 정도, 진료과에 따라 선호도가 다른 경우 (한 가지 약을 여러 다른과가 사용하는 경우 과의 특성 상 어떤 약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 3가지 정도 더 갖추면 됩니다. 저희가 주장하는 것은 모든 상품명을 다 갖추란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약품의 품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또 가격의 거품을 걷는다면, 그 중 적절한 상, 중, 하의 몇가지 제품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분류를 할 기본 자료조차 전혀 없습니다 (이는 식약청의 의무입니다).

약품 투여의 안전: 의약품의 안전점검을 위해서는 의약분업에 참가할 약사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주 시급합니다. 적어도 1년 이상의 집중 교육을 받고 (조제 지식이 월등한 병원 약사나 의사에 의한), 시험에 합격하는 약사만 의약분업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고, 이 분들은 한약은 다루지 말아야 합니다. 저희 병원 약사들도 처음 병원에 오면 6개월 이상 교육을 받아야 제대로 조제할 수 있다고 하며, 적어도 그 수준은 되어야 안전한 투약과 복약지도가 가능해집니다. 또, 대체조제로 약이 바뀐 경우는 조제기록부를 작성하여 기록을 남겨야 약화사고나 약물부작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방전의 조제를 약사가 아닌 카운터나 약사의 가족이 하는 것은 무면허 행위로 엄격하게 처벌하여야 합니다.

지금 저희 의대교수들은 극심한 허탈감과 분노, 암울함 등으로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연구실과 진료실을 지켜야 할 의대교수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는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강행하려는 정부와 그 속에서 미래의 암울함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수업을 또 미래를 포기하는 저희 제자들인 의대 학생들과 전공의들... 전공의들이 빠진 병원의 응급실, 병실 및 각종 진료를 대신하면서도 의사란 직업에 대한 어떤 의미와 긍지도 찾지 못하는 저희들.... 거의 대부분의 동료 의대교수들이 공통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온몸이 무거우며, 가슴이 답답하고 무언가 꽉 막힌 느낌이 계속되고, 과거에는 신이 나서 진료하던 그 느낌이 사라지면서 아무 느낌이 없거나 아니면 울적하며, 뉴스만 보면 울화가 치밀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공통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런 현실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정부와 언론의 공동 플레이에 더 암울해 합니다. 차라리 한국식에 맞추어 그 엄청난 광고비를 기자들과 국회의원에게 집어주었더라면 이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대학 교수로써 정당하게 알리는 것이 정도이지 뒷돈을 쓰는 것이 정도가 아님을 알기에 의사회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었고, 저희가 알기로도 소위 말하는 뇌물은 한푼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의 이런 현실을 부디 이해해 주시고, 주위 분들께도 전공의, 의대생 및 의대 교수들이 어떤 사심(私心)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의료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고 여러분의 가정에도 평안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경상의대 칠암동 캠퍼스에서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부교수

김태흥 드림

* 제 글 중 일부 내용은 다른 선생님이 인터넷에 올리신 내용을 사용하였습니다. 제가 글을 인용한 선생님의 이름을 찾으려고 다시 뒤졌으니 찾지 못해 인용 사실만 언급합니다. 아무쪼록 양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