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개원의협의회보 기고문



주치의 제도에 대한 의견(과거 글임.. 그러나 의료의 좌파화를 꿈꾸는 자들이 만연한 한 현실의 변화는 없음)

정부에서는 오는 7월 의약분업 실시 이후 국민 모두가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에 자신의 주치의를 갖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난 4월 언론에 보도된 복지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동네의원 살리기의 한 방법으로 영국처럼 모든 국민이 지역의 1차 의료기관에 등록하고, 이들 개원의를 통해서만 2-3차 진료기관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주치의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같은 조치가 취해질 경우, 종합병원, 대학병원의 외래환자 수가 대폭 감소될 전망이다." 라고 한다. 그 속에서, 확인된 사항은 아니지만, 피부과 등의 마이너과 전문의의 경우 2년 도안의 일차진료 수련을 받아야 주치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들리고.... 그런데 나는 이 뉴스를 들으면서 정부가 왜 의약분업이란 뜨거운 감자를 다루면서, 주치의 제도를 추진하는지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그것도 동네의원을 위한다는데 어떤 동네의원인지.....

물론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의 환자는 조금 줄어들 수도 있지만, 그 정책에 의해 오히려 동네의원 중 전문의들만 몰락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가져 본다. 특히 영국식 의료제도를 도입하려는 그들의 구상은 영국에서 장기간 체류한 적이 있는 윗 분과 영국 연수를 다녀온 현 정부의 의료관련 실세 K 교수님 등의 의도가 많이 개입된 듯한 인상을 준다. 행동거지 하나를 보면 나머지를 다 알 수 있다는 식으로 볼 때, 그 분들의 구상 중 하나인 현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을 보더라도 그들이 추진하는 정책이 의사들에게 엄청나게 불리할 것으로 보이고, 또 당연히 주치의 제도는 가정의를 제외한 모든 의사들에게 엄청나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의약분업의 구도와 맞물려 나오는 주치의 제도는 피부과 의사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높다.

주치의란 말 그대로 누구든 아프면 가장 먼저 접촉하여야 할 의사를 말하는데, 나는 지금과 같은 우리의 의료 여건에 그런 제도가 필요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 최근 의료보험이 확대되면서 일차 진료를 가정의가 맡고 그 결과에 따라 전문과로 의뢰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의사의 진료비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의사의 진료 횟수를 줄이는 것이 첫 째 의도이고, 둘 째는 너무 땅이 넓어서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몇 시간씩 운전해 가야하는 그들만의 또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주치의 제도가 도입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보험제도에 의한 의료보험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일차진료의의 역할을 늘인 부분도 많다. 미국 연수 중 피부과 의사들의 집담회 사석에서 가정의들의 잘못된 진료를 성토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고, 우리가 흔히 보는 Blue journal이나 Archives of Dermatology에도 수시로 이러한 일차의사들의 피부질환 오진에 관한 논문이 다수 나오는데, 솔직히 본인의 생각으로는 외과계의 비뇨기과 의사가 피부과 영역을 침범하는 것보다 가정의가 피부과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당연히 피부과에 더 불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전형적인 자본주의식 의료라면 영국이나 북유럽 국가들의 의료제도는 사회주의식 의료라고 한다. 이 경우 의료에 있어서 모든 지출, 예를 들어 의대의 학비, 병원 설립 및 운영비 등 모두를 정부가 부담하므로 그 지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주치의 제도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는 미국식에 가깝지만 의료비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엄청나게 싼 제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무작정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마치 지금의 의약분업처럼.......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농어촌 지역이나 격리된 곳 등에서는 필요한 여러 과의 의사를 다 둘 수 없으므로, 여러 진료과를 적절히 진료할 수 있는 가정의가 필요하다. 또 한 환자가 여러 다른 과에 걸치는 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여러 과 의사가 각각 동시에 진료하는 것보다는 각 과의 지식이 적절하게 있는 전과의사가 진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노인 의료문제나 스포츠 의학 등의 분야가 그럴 수 있고, 당뇨에 의한 이차 합병증과 요통, 피부병 등이 합병된 경우가 그런 예가 되겠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나라의 의료 현실에서는 일차 진료기관에서의 의료비는 그 의사가 경험이 아주 많고 실력 있는 전문의와 의대를 갓 졸업한 일반의의 진료비가 같다. 그러므로 이런 제도하에서는 본인이 잘 판단한다면 전문의에게 바로 진료 받는 것이 당연히 더 효과적이고, 오히려 가정의와 같은 일차 진료의사를 거친 후 피부과로 오게 되면 이중으로 비용이 낭비되고, 또 적절하지 못한 치료를 받음으로 인한 부작용도 흔히 생긴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땅이 좁아서 도시 지역에서는 버스 몇 정거장이면 거의 모든 과 전문의가 다 있는데, 이런 현실에서 굳이 일차 진료의를 거칠 필요가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또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의사를 들어야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주치의 제도는 그 과정이 무시된 채 현 정부에 밀착된 일부 시민단체와 이들 뒤에 포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의 의도대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 같아 바람직한 민주사회의 정책 결정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정부는 얼마 전 3차 병원에서 의뢰서 없이 바로 직행하는 5개 과의 예외를 폐지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정부가 2달도 채 되지 않아서 가정의학과와 재활의학과를 다시 예외로 한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 S대학의 두 K교수님을 비롯한 인의협 멤버로 현 정부의 의료 브레인으로 활동하시는 분들과 밀착된 가정의학과에 유리한 정책이 추진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고, 그런 바탕 위에 이루어지는 주치의 제도는 국민의 편의와 의료의 질은 무시한 채 가정의를 위한 가정의에 의한 정책이 될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

피부과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접촉피부염 환자에 단순한 대증 요법만 하는 경우와 접촉 물질을 찾아서 원인을 제거하는 의사를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더 우수하게 치료한다. 본인이 전공의 1년차 때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이 응급실 call이었는데, 그런 부담이 2년차 중반에 들어가서야 줄어들었음을 본다면, 피부과 영역에서는 당연히 전문의와 비전문의의 진료에 많은 차이가 있고, 그런 만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주치의제도는 오히려 부적절한 진료를 더 늘이는 개악된 정책으로 보인다.

우리 피부과 의사들은 현 의약분업안에서의 의약품 분류가 엉터리임을 누구보다도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인의협,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는 의약품 분류를 엉터리로 하여 일반의약품을 대폭 늘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약사회와 입장이 같다. 즉, 국민들이 각자 알아서 사 먹음으로 인해 공적인 의료재정의 지출을 줄일 수 있으므로 좋다는 생각인데, 그런 생각으로 의약분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그런 정책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 주는 의료브레인들이 모인 인의협 핵심멤버들이 추진하는 주치의 제도는 그 저의가 당연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