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이유.... 우리는 정직한 당국과 대화하고 싶다.



하이텔 플라자 업-메디게이트 MG News 게재 글



국민 여러분들은 의사들이 정부를 왜 그렇게 믿지 못하는가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이유와 과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4월에 이미 의료계는 개원의 및 전공의들의 휴업으로 한차례 작은 소동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지금과 똑 같은 내용으로.... 그러나 정부의 대안은 거짓으로 일관되었었습니다.

먼저 김재정 의협회장이 당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김재정 회장은 의쟁투(의권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항의하면서 9일간의 단식을 하던 중이었고, 가장 기본적인 4개항을 정부가 받아들인다면 대통령과의 면담을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청와대에서 "그 조건을 수락할테니 대통령을 뵈라!"는 연락을 받았고, 김재정 회장은 휴업 철회를 지시하였습니다. 또, "대통령 앞에서는 원칙론적인 이야기만 하여야지, 지엽적인 문제는 꺼내는 것이 아니다!"는 비서실의 안내에 따라 "복지부장관과 잘 협의하여 의협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제도 개선을 하라!"는 성지(聖旨?)를 받고 왔습니다. 그러나, 김재정 회장이 그 내용을 발표하자말자 복지부 장관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여서 김재정 회장만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또 청와대 담당자 역시 "김재정 회장의 그런 조건을 수락한 적이 없다!"라고 김재정 회장의 의견을 부인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의사들의 강력한 항의와 강한 반발에 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담당자들은 "말을 해석하는데 차이가 있었고, 그 뜻은 맞다!"고 재빨리 말을 바꾸면서 의협에 사과하였습니다. 이 작은 에피소드에서 의사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처음으로 가졌고, 순진하지만 비교적 온건노선을 가던 김재정 회장이 일선에서 밀리면서 보다 강경한 현재의 의쟁투 집행진이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이 복지부 실무자의 약속입니다. 그 당시 복지부 실무자들은 "선진국 수준으로 의약품을 분류하겠다. 간단한 의약품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 등등의 약속을 하였지만, 여기서도 또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분류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 10-15% 정도인 수준을 말하며, 개개의 약품이 어떻게 분류되는지는 선진국에서의 해당 약품의 분류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부는 여기서도 엉터리 사기행각을 벌였습니다. 전체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이 40%를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약국에서 판매된 것으로 보고된 일반의약품의 금액에서 전체 의약품을 나누어 그 비율이 18%라는 이상한 논리를 폈습니다. 만약 그 논리로 해석한다면 그 자료에서 개인의원의 전문의약품은 7% 미만입니다. 그리고 이 속에는 병의원의 약품 가격은 의료보험 청구액을 기준으로 하였으므로 거품이 없는 반면에, 약국에서의 자료는 소위 말하는 할증이 제외되어 있어서 실제의 그 비율로도 일반의약품은 40%를 넘어가는 것을 고의로 숨기고 있습니다.

지금 복지부가 주장하는 총 품목수의 개념 역시 마찬가지 사기입니다. 복지부는 품목수 대비 일반의약품이 40% 정도여서 선진국의 35% 정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슈퍼에서 편하게 사먹는 일반의약품에서 다양한 제품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 나라와 같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품은 절대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부나 시민단체들은 자기들이 불리한 부분은 "보건경제학적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서 이랬다!!"고 발뺌을 하고, 전체적인 부분에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분류되었다는 엉터리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가장 객관적인 분류방법인 약품의 성분으로 따지면 40% 이상이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약이어서 선진국의 15% 미만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고 이런 것이 임의조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실제 지금의 40% 일반약으로도 대학병둁원 환자의 60%, 개인의원 환자의 80%정도는 진료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지적 소유권이라 할 수 있는 처방 내역은 100% 공개됩니다.

복지부는 라니티딘 같은 일부의 약제는 미국은 처방이 필요없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처방의약품으로 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 부분도 맞습니다. 그러나 위암이 전체 암 중 가장 흔한 우리 나라에서 위암의 증상을 억눌러 초기에 수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수없이 많은 우리 나라의 여건에서는 그런 약은 처방을 받는 것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국도 그런 약을 최근에야 일반의약품으로 바꾸었지 과거 15년 이상 전문의약품으로 사용을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복지부가 약속하였던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의 간단한 의약품 슈퍼판매는 파스나 반창고 등에 대한 것이었고 그런 것들은 이미 슈퍼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간단한 속임수에 당하였던 아픈 기억이 많은 젊은 의사들을 더 강하게 단결하도록 만들고 있고 정부를 못 믿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의약분업 예외지역을 보면 정부의 거짓말을 다시 한 번 더 엿볼 수 있습니다. 예외지역의 약사는 비아그라와 마약을 제외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등 모든 전문의약품을 5일까지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어디에도 (후진국까지 포함해서...) 없는 황당한 제도입니다. 적어도 예외지역에서는 일반의약품과 일부 안전한 전문의약품에 한해서 약사가 혼합판매를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예외조치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항생제 내성을 줄인다고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도 의약품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해서 의약분업을 한다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 어디를 보아도 의약품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자들이 의사의 공개된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사먹게 만들어 비용을 아끼려는 편법과 의약품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은 자신들의 관심사항이 아니란 것만 확실하게 보일 뿐....

의사는 자연과학 계열의 의과대학을 졸업한 관계로 교묘하게 말을 돌리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의사들이 너무 여러 번 속았고 그러기에 이제는 정부의 어떤 발표도 색안경을 쓰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직선적이고 순진한 의사들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는 바로 현재의 차흥봉 장관으로 대표되는 복지부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런 색안경을 쓰고 어제 당정회의에서 내놓은 안을 보면 어떤지 아십니까? "나중에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대답은 "나중에 않할 수 있다!"는 의도를 숨기는 교묘한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정부의 이런 말장난을 듣고자 투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정부가 솔직하게 자신들의 정책 실수를 인정하고 구체적으로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정직한 답을 해주기를 요구했지,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고 나중에도 책임을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거짓 말장난을 하는 것을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은 정직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들은 정직한 정부를 상대로 의료현안을 의논하고 싶어합니다.

이 글을 올 리고 난 다음 날에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회동이 있었고 여기서 임시국회에서 약사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나온 바로 그날 KBS의 심야토론에 나온 복지부 담당 국장인 송모 국장이 "약사법 개정은 약사와의 합의를 통해서 할 것이다"란 말을 하고, 절대 임의조제를 않는다던 약사회는 "열이나고 콧물이 나는 환자가 적절한 약을 달라고 할 때 콘택과 타이레놀을 주는 것도 임의조제냐?"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원래 약장사 모임인 약사회 간부야 장사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저는 정부 당국자는 정직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약사회와의 협의를 통해서..."란 여운을 남기고, 그 다음에 약사회가 반발하면 그냥 없었던 듯이 지나가는 엉터리 약속이라면 그 역시 엄청난 기만행위입니다. 또 의협에 나가 있었던 회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의협 회의에서 폐업을 철회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방송국에서 완전히 폐업이 철회된 듯이 방송한 것 역시 치밀한 여론조작극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저희들은 솔직한 정부, 약속을 지키는 정부에서 의사란 직업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의사가 거짓으로 일관된 의사를 바랍니까? 아니면 진실한 의사를 바랍니까? 정부 당국은 항상 오리발과 거짓으로 의사를 대합니다. 저희는 정직하고 진실한 정부를 원합니다.

김태흥